들어가며
요즘 수원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좀 된 것 같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화성의 행궁동과 수원 스타필드가 자주 언급되며 웬만큼 감성을 쫓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 군데를 모두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수원 화성 인근에 아기자기하고 감성 넘치는 음식점, 가게들이 생긴만큼 그곳들을 방문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방문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귀여운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화성 성곽을 걷는 것도 수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운치있는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항상 화성에 가면 조금이라도 성곽을 걷다 온다. 👨🌾
특히 계절마다 성곽길을 걷는 편인데,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 번 들려보았다. 계획한 산책 코스는 화서문 부터 팔달문까지! 천천히 중간 중간 쉬면서 걸어서 대략 한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성곽 걷기 출발 - 화서문
방화수류정이 있는 화홍문도 멋있지만, 나는 특히 화서문을 좋아하는 편이다. 인근의 장안공원에 조성된 억새풀도 예쁘고,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선경도서관까지 걸어오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안공원은 억새풀 풍경 때문에 항상 많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이다. 이 날도 역시 그랬다. 많은 커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날 다소 집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해질녘 시간대를 여유 있게 누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화서문을 지나면 사실 성곽이 높아져서, 성곽 뒤 도시 풍경을 보기가 조금 힘들 수 있으니 화서문 성곽에서 여유있게 거니는 걸 추천한다.
성곽 걷기 휴식 - 서장대
화서문에서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서장대에 가는 길은 이렇게 오르막이 계속된다. 시내에서 잘 볼 수 없는 소나무 숲을 천천히 구경하며 가야 지치지 않는다.😆 이 날 서장대까지 오르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마주치는 사람들 중 한국인들은 대부분 혼자 산책하고 계셨고, 여럿이 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외국인들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화성에 놀러간 기억을 되짚어보면 외국인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최근들어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는 느낌이라 신기하다. 서울도 아닌 수원에서 이렇게 외국인들이 놀러다니고 있다니, 하고 놀라워했다.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어느덧 군사 훈련 지휘소로 기능했던 서장대에 도착한다. 자세히 보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래 층은 장수가 군사 훈련을 지휘하는 용도였고, 위층은 주변을 감시하는 용도로 썼다고 한다. 팔달산 정상인지라 시야가 탁 트여있어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마 밑 휴식 장소에 몇몇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고, 강아지를 산책하는 행인도 눈에 띈다.
도시를 내려다보며 더 오래 쉬고 싶었는데, 저녁시간인지라 날씨가 추웠다. 그리고 아무래도 탁 트인 장소이다보니 바람때문에라도 더 추운듯. 조금만 구경하다 팔달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마저 쉬었다.
이렇게 서장대 인근에 조그맣게 벤치와 운동기구로 조성된 쉼터가 따로 있다. 나무들로 둘러싸여 서장대보다 덜 춥다. 여기에 앉아서 단풍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데 엄청 잘 나왔다. 센트럴파크인 척 할 수 있음. 셀카 맛집으로 선정합니다.
슬슬 배고파지기도 해서 이제 팔달문 쪽 공방거리로 내려가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
행궁동 공방거리 - 초코나비
이전에 친구들, 가족들와 행궁동 공방거리를 다녔을 때 눈에 들어왔던 한 카페가 있었는데 수제초콜릿공방 카페 초코나비이다.
영어식으로(굳이지만) 표현하자면 순도 100% Sweet tooth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초콜릿카페들이 너무 반갑다. 새로 발견하는 곳들은 즐겨찾기를 해놓고 따로 혼자 방문하는 편이다. 😇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렇게 알게 된 초코나비를 트라이해보는 날이었다.
사실 앉아서 먹고 갈 계획이었는데... 빼빼로데이 제품 수령이랑 작업 때문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저녁에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을 좀 떄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럼 다른곳에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테이크아웃으로 달라고 했다.
빼빼로데이 상품과 무슨 연관성이지 싶었지만 카페내부가 좀 번잡해보이긴했다. 카페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초콜릿 종류도 상당히 많았다. 초콜릿 음료 가격대는 7,000원 정도였고 맛 종류를 골랐는데 해당 음료에 들어가는 초콜릿을 한조각 주시며 맛을 보여 주셨다. 신기했음
상당히 못찍은 못생긴 사진이다. 어쩔수없다 테이크아웃이니까. 갈데가 없다 근데.
음료를 먹을 곳이 없어서 대충 화성행궁 어느 벤치에 앉아 먹으려고 행궁쪽으로 향했다. 가다보니 공방거리 중간쯤 연등을 이용한 거리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길을 지나는 커플도 찍고 있었던... 아무 말이지만 연등을 흔희 연등모양 등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아니고 태울 연자를 쓴 한자어이다. 연등은 불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석가모니를 맞기 위해 들고나온 등이 그 시초라고 알고 있다.
어쨌든 석가탄신일도 아닌게 연등으로 꾸며진 거리 한귀퉁이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화성행궁 어떤 벤치에 앉아 홀짝홀짝 핫초콜릿을 다 먹다가 이곳엔 쓰레기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시립미술관 쪽 공공 화장실에도 쓰레기통은 없다. 저녁도 먹을 겸 쓰레기 처리를 위해 롯데리아로 가기로 한다... ㅋㅋ 🤣
팔달문 롯데리아
대충 끼니 떼우기 좋은 패스트푸드 햄버거... 사실 우동먹을까 고민했는데 뒤 스케줄 시간이 맞지 않아 빨리 먹을 수도 있고 가격도 싼 롯데리아로 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먹고 있었고, 연령층이 높았다.
롯데리아는 핫크리스피 버거지. 날씨가 춥기도 하고 탄산음료는 먹고싶지 않아서 애플캐모마일 티를 시켰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그러고보니 맥도날드는 토마토 공급이슈가 있었는데 롯데리아는 공급망이 믿을만한지 햄버거에 아무 문제 없었다.
다만 화장실이 좀 별로였다. 건물 화장실을 써야했는데 좀 그랬음.
나가며
이 날 이렇게 돌아다니고 밤에 아주 숙면했다고 한다. 🤣 이제 겨울이 오면 또 화성 설경을 보러 방문해야지. 그 때는 장안문-창룡문-팔달문 코스를 찍고 우동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