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대 초중반에 나에게 카페란 '다른 사람과 수다떠는 장소' 내지 '다른 사람과 디저트 먹는 장소'였다. 그러니까, 항상 타인과 함께 찾는 공간이었다. "왜 혼자 카페에 가지?"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당연한 걸지도, 그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또 그게 당연하게 느껴졌으니까.
좀 더 나이가 먹고, 집중력이 안좋을 때마다 카페에 가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카페에 종종 혼자 가게 되었다. 말했듯이 처음에는 일하기 위해서였지만, 점차 혼자 기분 전환하러 카페에 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마실 수도 있지만, 항상 거주하는 공간이란 게 어떨 때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점차 자유를 느끼고 싶을 때 밖으로 나가게 된 것 같다.
그리하여 언젠가부터 카페 투어가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왕이면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꾸준히 찾아놓는 편이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방문하기 👨🌾 그렇게 처음 가 본 마더스카페는, 나만 알고 싶은 카페가 되었다.
마더스 카페
마더스 카페는 성균관대 후문과 성균관대 지하철역 두 곳 모두 도보로 약 15분쯤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다. 주변이 주택들이 밀집된 골목이기도 하고 아파트로도 둘러싸여 있어 주민들 거주구역이라 조용하다.
소심해서 카페의 전체적인 내부라던가 메뉴판을 당당하게 찍지 못하고 구석탱이에 앉아 마음에 드는 부분만 찍는 경향이 있다.... 마더스카페의 가장 좋았던 공간은 도로로 향해 나 있는 통창 자리였다. 카페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마침 해질녘이 되어 빛도 예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화이트톤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면, 마더스카페처럼 식물을 활용한 식테리어가 세련되면서도 그리 차갑지 않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방을 화이트톤으로 맞춰놨는데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간을 꾸미고 있는지 최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통창 쪽의 자리 말고도, 건물내부를 향한 자리들 중에는 공부하기 좋아보이는 1인석이 있고 콘센트 자리도 있었다. 야외 테라스 자리도 있어서 날씨만 괜찮다면 그쪽에 앉는 것도 좋아 보였다. 실제로 저 시간에 어떤 분들은 밖에 앉아 토론을 나누시더라...
나무꾼 케이크, 따뜻한 아메리카노
좀 놀란건 퀄리티 있으나 저렴한 메뉴들이었다. 아메리카노 4,000원, 케이크 5,500원이라니 요새 이렇게 만원 내로 돈 쓰기 쉽지 않은데. 음료 메뉴들도 특별히 비싼 건 없었고 3,500~5,500원 내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케이크는 엄청나게 귀여운 디자인들이 대여섯 개 있었는데 케이크들도 전부 5,000원 대라서 감격적이었다. 그리고 맛은? 그냥 계속 올만한! 보장할 수 있는! 맛있는 맛.
햇빛 쬐며 좋아하는 책 읽기. 사실 포트폴이오 작업도 하려고 맥북을 가져왔긴 했지만 저 공간, 시간, 분위기 모든 삼위일체는 '커피 홀짝 케이크 냠냠하며 느긋하게 책 읽기' 상황에 완벽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디지털 기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사랑스러운 나무꾼 케이크!!
먹기 너무 아까웠던 나무꾼 케이크 디자인... 너무 귀여워요...사실 잘라보기 전까지는 뭐지? 그냥 초콜릿케이크일 것 같다. 근데? 잘라보니? 이게 아이스크림인가 착각할 정도로 차갑고 꾸덕하고 리치한 초코 크림이 꽉꽉 차 있었다.
와, 미쳤다 하면서 최대한 아껴먹으려 했지만 그냥 책 문장 두 줄 읽고 한입 하고, 커피 아껴서 한 모금 먹고 이렇게 하다 보니 그냥 순삭된 느낌이다.
TMI를 말하자면, 나무꾼 케이크는 영어로 woodsman cake!! 라고 생각하면서 먹었다
나가며
다른 케이크들도 너무 궁금해져서 반드시 다음번에 또 와야지!! 라고 절로 다짐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엄청나게 카와이러블리한 누워잇는 곰돌이 케이크를 먹을 것이다. 사실 그걸 먹으려고 방문했는데 이 나무꾼 케이크의 이름과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서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다. 역시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토요일 오후 3시쯤에 방문했는데,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두 팀이었다. 나만 알고싶은 카페이지만 이렇게 맛과 가격 너무나 감격스러운 마더스카페 오래오래 영업했으면 좋겠다 ❤️🔥